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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 살이 될락말락한 때이니까 지금으로부터 십
사오 년 전 일이다.
지금은 그 곳을 청엽정(靑葉町)이라 부르지만 그때는
연화봉(漣花峰)이라고 이름하였다. 즉 남대문(南大門)
에서 바로 내다보면은 오정포(午正砲)가 놓여 있는 산등
성이가 있으니 이쪽이 연화봉이요, 그 새에 있는 동네가
역시 연화봉이다. 지금은 그곳에 빈민굴(貧民窟)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지저분한 촌락이 생기고 노동자들밖에
살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으나, 그때에는 자기네만은 행
세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이라고는 십여 호밖에 있지 않았고 그 곳에 사는 사
람들은 대개 과목밭을 하고, 또는 채소를 심거나 아니면
콩나물을 길러서 생활을 하여 갔었다.
여기에 그 중 큰 과목밭을 갖고 그 중 여유 있는 생활
을 하여가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잊어버
렸으나 동네 사람들이 부르기를 오 생원(吳生員)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