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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향 - 물레방아
1 덜컹덜컹 홈통에 들었다가 다시 쏟아져 흐르는 물이 육 중한 물레방아를 번쩍 쳐들었다가 쿵 하고 확 속으로 내 던질 제 머슴들의 콧소리는 허연 겻가루가 켜켜 앉은 방 앗간 속에서 청승스럽게 들려 나온다. 솰솰솰 구슬이 되었다가 은가루가 되고 댓줄기같이 뻗 치었다가 다시 쾅쾅 쏟아져 청룡이 되고 백룡이 되어 용 솟음쳐 흐르는 물이 저쪽 산모퉁이를 십리나 두고 돌고, 다시 이쪽 들 복판을 오리쯤 꿰뚫은 두에 이 방원(芳源) 이가 사는 동네 앞 기슭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 위에 물 레방아 하나가 놓여 있다. 물레방아에서 들여다보면 동북간으로 큼직한 마을이 있 으니 이 마을에 가장 부자요, 가장 세력이 있는 사람으 로 이름은 신치규(申治圭)라고 부른다. 이 방원이라는 사람은 그 집의 막실(幕室)살이를 하여가며 그의 땅을 경작하여 자기 아내와 두 사람이 그날그날을 지내 간다. 어떠한 가을 밤 유난히 밝은 달이 고요한 이 촌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