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한 검은 구름이 하늘에 뭉게뭉게 모여드는 것이 금
시라도 비 한 줄기 할 듯하면서도 여전히 짓궂은 햇발은
겹겹 산 속에 묻힌 외진 마을을 통째로 자실 듯이 달구
고 있었다. 이따금 생각하는 듯 살매 들린 바람은 논밭
간의 나무들을 뒤흔들며 미쳐 날뛰었다.
산 밖으로 농군들을 멀리 품앗이로 내보낸 안말의 공기
는 쓸쓸하였다. 다만 맷맷한 미루나무 숲에서 거칠어 가
는 농촌을 읊는 듯 매미의 애끓는 노래
.
매응! 매매움!
춘호는 자기 집 --- 올 봄에 오 원을 주고 사서들은
묵삭은 오막살이 집 --- 방문턱에 걸터앉아서 바른 주먹
으로 턱을 고이고는 봉당에서 저녁으로 때울 감자를 씻고
있는 아내를 묵묵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사날 밤이나
눈을 안 붙이고 성화를 하는 바람에 농사에 고리삭은 그
의 얼굴은 더욱 해쓱하였다.
아내에게 다시 한 번 졸라 보았다. 그러나 위협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