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산등에 올라서면 용연 동네는 저렇게 뻔히 들여다볼
수가 있다. 저기 우뚝 솟은 저 양기와집이 바로 이 앞벌
농장 주인인 정덕호 집이며, 그 다음 이편으로 썩 나와서
양철집이 면역소며, 그 다음으로 같은 양철집이 주재소며,
그 주위를 싸고 컴컴히 돌아앉은 것이 모두 농가들이다.
그리고 그 아래 저 푸른 못이 원소(怨沼)라는 못인데,
이 못은 이 동네의 생명선이다. 이 못이 있길래 저 동네
가 생겼으며, 저 앞벌이 개간된 것이다. 그리고 이 동네
개 짐승까지라도 이 물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 못은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무론 아무도 아는 사람
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네 농민들은 이러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 전설을 유일한 자랑거리로 삼으
며, 따라서 그들이 믿는 신조로 한다.
그들에게서 들으면 이러하였다.
옛날 이 원소가 생기기 전에, 이 터에는 장자 첨지가
수없는 종들과 전지와 살진 가축들을 가지고 살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