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기이다.
좋은 일기라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 우리 사람
으로서는 감히 접근치 못할 위엄을 가지고 높이서 우리
조그만 사람을 비웃는 듯이 내려다보는 그런 교만한 하늘
은 아니고, 가장 우리 사람의 이해 자인 듯이, 낮게 뭉글
뭉글 엉키는 분홍빛 구름으로서, 우리와 서로 손목을 잡자
는 그런 하늘이다. 사랑의 하늘이다. 나는 잠시도 멎지
않고 푸른 물을 황해로 부어 내리는 대동강을 향한 모란
봉 기슭, 새파랗게 돋아나는 풀 위에 뒹굴고 있었다.
이날은 삼월 삼질, 대동강에 첫뱃놀이하는 날이다. 까
아맣게 내려다보이는 물위에는, 결결이 반짝이는 물결을
푸른 요릿배들이 타고 넘으며, 거기서는 봄 향기에 취한
형형색색의 선율이 우단보다도 보드라운 봄공기를 흔들면
서 내려온다. 그리고 거기서는 기생들의 노래와 함께 날
아오는 조선 아악(雅樂)은, 느리게, 길게, 유창하게, 부
드럽게, 그리고 또 애처롭게 --- 모든 봄의 정다움과 끝
까지 조화하지 않고는 안 두겠다는 듯이 대동강에 흐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