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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 논 이야기
一 일인들이 토지와 그 밖에 재산을 죄다 그대로 내어놓고 보따리 하나에 몸만 쫓기어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한생원은 어깨가 우쭐하였다. 『거 보슈 송생원. 인전 들 내 생각 나시지?』 한생원은 허연 텁석부리에 묻힌 쪼글쪼글한 얼굴이 위 아래 다섯대밖에 안 남은 누런 이빨과 함께 흐물흐물 웃 는다. 『그러면 그렇지, 글쎄 놈들이 제아무리 영악하기로소니 논에다 네 귀탱이 말뚝 박구섬 인독개비처럼 어여차 어여 차 땅을 떠 가지구 갈 재주야 있을 이치가 있나요?』 한생원은 참으로 일본이 항복을 하였고, 조선은 독립이 되었다는 그날---팔월 십오일 적보다도 신이 나는 소식이 었다. 자기가 한 말(豫言)이 꿈결같이도 이렇게 와 들어 맞다니……. 그러고 자기가 한 말(豫言)대로 자기가 일 인에게 팔아 넘긴 땅이 꿈결같이도 도로 자기의 것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