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
니까 등뒤에서 푸드득 푸드득 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
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 놈
이 또 얼리었다.
점순네 수탉(대강이가 크고 똑 오소리같이 실팍하게 생
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수탉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면두를 쪼
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푸드득하고 모가지를 쪼았
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
면 이 못생긴 것은 쪼일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킥, 킥, 할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
두를 또 쪼이며 붉은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지게 막대기를 메고 달
려들어 점순네 닭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헛
매질로 떼어만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