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세종 때에 한 재상이 있었으니, 성은 홍씨요 이
름은 아무였다. 대대 명문거족의 후예로서 어린 나이에
급제해 벼슬이 이조판서에까지 이르렀다. 물망이 조야에
으뜸인데다 충효까지 갖추어 그 이름을 온 나라에 떨쳤다
. 일찍 두 아들을 두었는데, 하나는 이름이 인형으로서 본
처 유씨가 낳은 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름이 길동으로
서 시비 춘섬이 낳은 아들이었다.
그 앞서, 공이 길동을 낳기 전에 한 꿈을 꾸었다. 갑자
기 우레와 벽력이 진동하며 청룡이 수염을 거꾸로 하고
공을 향하여 달려들기에, 놀라 깨니 한바탕 꿈이었다. 마
음 속으로 크게 기뻐하여 생각하기를, '내 이제 용꿈을
꾸었으니 반드시 귀한 자식을 낳으리라.' 하고, 즉시 내당
으로 들어가니, 부인 유씨가 일어나 맞이하였다. 공은 기
꺼이 그 고운 손을 잡고 바로 관계하고자 하였으나, 부인
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상공께서는 위신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어리고 경박한
사람의 비루한 행위를 하고자 하시니, 첩은 따르지 않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