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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하던 손을 쉬고 중실은 발 밑의 깨금나무 포기를
들쳤다. 지천으로 떨어지는 깨금알이 손안에 오르르 들었
다. 익을 대로 익은 제철의 열매가 어금니 사이에서 오도
독 두 쪽으로 갈라졌다.
돌을 집어던지면 깨금알같이 오도독 깨어질 듯한 맑은
하늘, 물고기 등같이 푸르다. 높게 뜬 조각구름 때가 해
변에 뿌려진 조개껍질같이 유난스럽게도 한편에 옹졸봉졸
몰려들 있다. 높은 산등이라 하늘이 가까우련만 마을에서
볼 때와 일반으로 멀다. 구만 리일까 십만 리일까. 골짜
기에서의 생각으로는 산기슭에만 오르면 만져질 듯하던
것이 산허리에 나서면 단번에 구만 리를 내빼는 가을 하
늘.
산 속의 아침나절은 졸고 있는 짐승같이 막막은 하나
숨결이 은근하다. 휘엿한 산등은 누워 있는 황소의 등어리
요, 바람결도 없는데, 쉴새없이 파르르 나부끼는 사시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