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야학을 마치고 돌아온 허숭(許崇)은 두 팔을 깍지를
껴서 베개 삼아 베고 행리에 기대어서 비스듬히 드러누
웠다. 가만히 누워 있노라면, 모기들이 앵앵 하고 모깃불
연기를 피하여 돌아가는 소리가 멀었다 가까웠다 하는 것
이 들린다. 인제는 음력으로 칠월에도 백중을 지나서, 밤
만 들면 바람결이 선들선들하는 맛이 난다.
이태 동안이나 서울 장안에만 있어서 모깃소리를 들어
보지 못한 허숭은 고향에서 모깃소리를 다시 듣는 것도
대단히 반가웠다.
"어쩌면 유순이가 그렇게 크고 어여뻐졌을까."
하고 숭은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그럴 때에 숭의 앞에
는 유순(兪順)의 모양이 나타났다. 그는 통통하다고 할
만하게 몸이 실한 여자였다. 낯은 자외선이 강한 산지방
의 볕에 그을려 가무스름한 빛이 도나 눈과 코와 입이
다 분명하고, 그리고도 부드러운 맛을 잃지 아니한 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