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
았다. 두루마기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
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
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은 감발을 하
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무가리로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민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롭게 세 나라 사람이
다 모였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의 옆
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옷을 한몸
에 감은 보람이 있어 일본말도 곧잘 철철대이거니와 중국
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꼬마데 오이데 데스까?(어디까지 가십니까?)”하고
첫마디를 걸더니만, 도꼬가 어떠니, 오사까가 어떠니, 조
선 사람은 고추를 끔찍이 많이 먹는다는 둥, 일본 음식은
너무 싱거워서 처음에는 속이 뉘엿걸다는 둥, 횡설수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