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
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여놓은 전 휘
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마을 사람들은 거지반 돌
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뭇군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
들 있으나 석윳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
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춥춥
스럽게 날아드는 파리떼도 장난군 각다귀들도 귀치않다.
얽둑배기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코 동업의
조선달에게 낚아보았다.
“그만 거둘까?”
“잘 생각했네.봉평장에서 한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
있을까.내일 대화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
“오늘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선달이 그날 산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생원은 말뚝에서 넓은 휘장을 걷고 벌여놓았
던 물건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무명 필과 주단바리가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