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시절에 평안도 철산군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성은 배씨요, 이름은 무룡이었다. 그는 본디 향반으로 좌
수를 지냈을 정도로 성품이 매우 순후하고 가산이 넉넉하
여 부러울 것이 없었지만, 다만 슬하에 일점 혈육이 없으
므로 부부는 매양 슬퍼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 장씨가 몸이 곤하여 침상을 의지
하고 조는 동안, 문득 한 선관이 하늘에서 내려와 꽃 한
송이를 주기에 부인이 받으려 할 때 홀연 회오리바람이
일며 그 꽃이 변하여 한 선녀가 되어 완연히 부인의 품
속으로 들어오는지라. 부인이 놀라 깨어 보니 남가일몽이
었다.
부인이 좌수를 향하여 꿈 이야기를 하며 괴이하게 여겼
다. 좌수가 이 말을 듣고,
"우리의 무자함을 하늘이 불쌍히 여기사 귀자를 점지하
심이오." 하며, 서로 기뻐하였다. 과연 그 날부터 태기가
있어 십 삭이 차매, 하루는 밤중에 향기가 진동하더니 순
산하여 옥녀를 낳았다. 아기의 용모와 기질이 특이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