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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 만무방
산골에, 가을은 무르녹았다. 아람드리 로송은 삑삑이 느러박엿다. 무거운 송낙을 머 리에 쓰고 건들건들. 새새이 끼인 도토리, 뼛, 돌배, 갈입 들은 울긋불긋. 잔듸를 적시며 맑은 샘이 쫄쫄거린다. 산 토끼 두놈은 한가로히 마주 안자 그물을 할짝거리고. 잇 다금 정신이 나는 듯 가랑입은 부수수, 하고 떨린다. 산 산한 산들바람. 구여운 들국화는 그 품에 새뜩새뜩 넘논 다. 흙내와 함께 향깃한 땅김이 코를 찌린다. 요놈은 싸 리버섯, 요놈은 입 썩은 내 또 요놈은 송이-----아니, 아 니 가시넝쿨속에 숨은 박하풀 냄새로군. 응칠이는 뒷짐을 딱지고 어정어정 노닌다. 유유히 다리 를 옴겨노흐며 이나무 저나무 사이로 호아든다. 코는 공중 에서 버렷다 오므렷다, 연실 이러며 훅, 훅 굽웃한 한 송 목미테 이르자 그는 발을 멈춘다. 이번에는 지면에 코를 야티 갓다 대이고 한바쿠 비잉, 나물키고 돌앗다. ‘아, 하, 요놈이로군!’ 썩은 솔입에 덥히어 흙이 봉곳이 도다올랏다.